2014년 1월 21일에 작성한 텀블러 포스트이다.


  • 원제: ?[각주:1]
  • 저자: 小平 邦彦 (こだいら くにひこ, 1915~1997)
  • 편역: 김성숙, 김형보
  • 출판: 경문사

3년전에 읽은 책이다. 당시의 메모를 보면 ‘편집이 엉망’이라고 되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강연기록과 그의 필적을 발췌해서 묶어낸 것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편역자의 주석도 하나 없이 그냥 묶여 있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책의 표지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안썼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사실 가장 아쉬운 것은 책의 제목이다. 마치 유년기의 어린이 표어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도 책의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추려본다.

노력과 연습 (p.111~2)

저로서는 수학책(논문 포함)처럼 읽기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 중략 ⋯⋯ 정리만 읽고 알려고 노력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증명을 혼자서 해보려 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림도 없습니다. 시름을 참고 책에 써있는 증명을 읽어봅니다. 그런데도 한 번이나 또다시 읽어 도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노트에 옮겨 써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증명에 불필요한 잔소리가 눈에 뜨입니다. 좀더 간결한 증명은 없을까 하고 생각하여 보지만 쉽게 발견되지도 않습니다. 체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한 달이나 걸려 제1장이 끝날 무렵에는 처음 부분이 생각이 잘 나지 않아 아련해집니다. 할 수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내용 전체의 배열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정리 3보다 정리 7을 앞으로 두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수백 쪽이나 되는 책을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보아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누군가 수학책을 빨리 읽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저도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증명을 하나씩 찾아본다는 것은 정리를 감각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정리의 논증이 옳은가 확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정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명을 한 번 읽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고 노트에 옮겨 보고 그리고는 여러가지 문제에 응용해 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 중략 ⋯⋯ 때로는 필요가 생겨 이미 잊어버린 증명을 해보려 하면 정리는 지극히 명백한데도 증명은 매우 복잡한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수학은 고도의 기술적 학문입니다. 어떠한 기술도 이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되풀이하고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어렸을 때 부터 매일 몇 시간이고 되풀이하여 연습할 수밖엔 없습니다. 수학도 이와 같아서 매일 되풀이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수학적 사실을 파악하는 감각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논리는 문법일 뿐 (p.116)

일반적으로 수학은 엄밀한 논리에 의하여 조립된 학문이며 순수한 논리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대체로는 논리와 엇비슷하다고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코 논리와는 관계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수학은 논리에 따라야만 합니다. 그러나 수학에서의 논리의 역할은 문학에서의 문법 같은 입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는 것과 그것을 잘 꾸며서 소설로 만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논리적으로 옳은 추론을 하는 것과 그것을 쌓아 수학의 이론을 구성한다는 것은 아주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1. 원제를 알 수가 없다. 내 짐작에는 국내판을 내면서 제목을 바꾼 것 같다. 그리고 일본 아마존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게으른 수학작의 기록’, ‘나에겐 산수 밖에 없었다’ 같은 비학문 서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알 수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