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1일에 작성한 텀블러 포스트이다.
- 원제: Mathematics: a very short introduction
- 저자: Timothy gowers
- 역자: 박기현
- 출판: 교우사
작년에 읽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전체 162장 밖에 안되는 책이다. 평소 즐겨보는 블로그의 소개를 보고나서 읽었다. 어떤 점에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비유클리드 기하학 중에서 쌍곡기하학은 구면기하학의 구와 같은 실제적인 모델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수학 교양서에서 쌍곡기하학을 의구(Pseudosphere)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문구를 봤는데, 그 말이 의구가 쌍곡기하학의 실제적인 모델이라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다음은 이 짧은 수학 교양서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수학적 모델
오히려 더 단순하게 (p.2)
이러한 반대 의견에 - 그 중 일부는 분명히 다른 것들보다 더 심각한데 - 비추어 볼 때, 계산과 거기서 나오는 예측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한가지 접근법은 가능한 많은 반대 의견을 고려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러나 훨씬 더 합리적인 대책은 정반대이다. 즉 어느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한지 정한 다음 가능하면 단순하게 이에 맞추는 것이다. 어떤 단순화 가정이 답에 끼치는 영향이 아주 작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면, 그 가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1
수학자의 현실 세계 (p.4)
수학자는 과학 이론을 세계에 직접 적용하기보다 모델에 적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모델은 연구 대상이 되는 세계의 일부를 가상적으로 단순화한 것으로, 그 속에서는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통계 모델의 특성 (p.8)
이러한 종류의 통계 정보를 얻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지만, 정보를 얻으면 예측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모든 모델들보다 더 뛰어난 단 하나의 모델은 없다.
작은 차이 큰 변화 (p.83)
이제 관점을 아주 조금만 바꾸어 보자. 두(혹은 세) 수들을 공간에 있는 어떤 점의 좌표라 부르는 대신 그 수들이 점이라 말하자. 다시 말하면 '좌표가 (5, 3)인 점' 이라고 말하는 대신 '점 (5, 3)' 이라 말하자. 이렇게 하는 것은 그저 말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그것은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을 공간의 수학적 모델로 바꾸는 것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증명: Mutilated chessboard problem
(p.56)
크기가 8×8인 정사각형 격자에서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두 모서리를 떼어낸다. 남은 격자를, 인접한 두 정사각형을 딱 들어맞게 덮는 도미노 같이 생긴 타일, 즉 1×2 타일로 덮을 수 있을까?
(p.57)
바로 '체스'이다. 체스판은 8×8 격자로서 흰색과 검은색이 교대로 칠해져 있다. 서로 반대 방향의 두 모서리 정사각형은 같은 색이다. 그것들이 검은색이면 그것을 제거하고 남은 체스판은 32개의 흰 정사각형과 30개의 검은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다. 각 도미노는 정확하게 두 색을 덮으므로 도미노 30개를 내려 놓으면 어떻게 하든 흰 정사각형이 두 개가 남는데, 이들을 덮기란 불가능하다.
추상적 접근이 매우 도움이 되는 사례
넓이란 무엇인가? (p.74)
다음 예인 원의 넓이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데 기원전 3세기에 아르키메데스가 고안한 논법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을 하기 전에 우리가 계산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해야하는데,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넓이란 무엇인가? 물론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2차원) 도형 속에 들어 있는 것의 양에 해당하는 무엇이지만 어떻게 이를 명확하게 만들 수 있을까? ⋯⋯ 중략 ⋯⋯ 문제는 경계가 곡선인 모양을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생긴다. 원을 몇개의 삼각형으로 쪼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원의 넓이가 πr²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이 추상적 접근이 매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사례이다.
넓이가 무엇인지가 아니라 넓이가 무엇을 하는지에 집중하기로 하자. ⋯⋯ 중략 ⋯⋯ 내 말은 넓이에 대한 합리적인 개념이라면 가져야 할 성질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랙탈 차원 (p.96)
어떤 형상이 d-차원이라면 그것을 ⅓배로 축소시켰을 때 크기가 3d배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더 작은 복사본으로부터 그것을 만들 수 있다면, 3d개의 복사본이 필요할 것이다. 코흐의 눈송이인 경우 4개의 복사본이 필요하므로, 코흐의 눈송이의 차원 d는 3d = 4 가 되는 수 이어야 한다. ⋯⋯ 중략 ⋯⋯ 이 계산은 코흐의 눈송이가 자신의 더 작은 복사본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존하는데, 이 사실은 드문 성질이다. 원 조차도 이런 성질이 없다. 그러나 위의 아이디어를 전개하여 더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정의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추상적 방법이 다른 곳에서 쓰일 때와 같이 이것이 우리가 코흐의 눈송이나 유사한 특이한 형상의 '진짜 차원' 을 발견하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어떤 성질들과 조화를 이루는 가능한 정의를 찾았다는 것만 의미한다.
사용법의 중요성 (p.150)
나는 학생들에게 추상적 접근이 무엇인지 설명하려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지 않다. 다만 교사는 그 결과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고 싶다. 요점은 어떤 수학적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엄밀하게 말할 수 없어도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좋지 않은 생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용법이 때로 더 가르치기 쉽고, 사용법을 넘어서 그리고 초월하여 어떤 의미가 있다면, 종종 그 의미에 대해 저절로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형식 불역의 원리 (p.83) 2
이제 수학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정의하였지만 아직은 8차원 공간의 모델이라 부를 만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공간' 이라는 말에 아직 모델의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은 기하학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란 그저 개별 점들을 엄청나게 모은 것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두 점 사이의 거리, 직선, 원, 그리고 다른 기하학적 형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엇이 고차원에서 이러한 개념에 대응할까?
이런 종류의 질문에 답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있다. 2, 3차원에서 친숙한 개념이 있으면, 우선 그 개념을 오로지 좌표로만 기술하고나서 고차원으로의 일반화가 분명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4차원 공간의 가시화? (p.88~9)
사실 3차원 물체를 가시화할 수 있지만 4차원 물체는 그렇지 않다는 말은 정말 세밀하게 조사해 보아야 한다. 비록 어떤 대상을 가시화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그것을 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두 경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익숙하긴 하지만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어떤 방을 가시화해 달라고 요청받으면, 그렇게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 다음에 그 방에 관하여, 예컨데 그 방에 의자가 몇 개인지 또는 마루는 무슨 색인지와 같은 간단한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체로 답할 수 없다. 이는 머릿속의 상이 무엇이든 그것이 사진과 같은 묘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수학적 맥락에서 보면 어떤 것을 가시화할 수 있고 없고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전자인 경우 멈추고 계산하지 않아도 어쨌든 즉각적인 대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중략 ⋯⋯ 예를 들어 나에게 3차원 정육면체의 변의 수를 묻는다면 나는 위에 네 개, 옆으로 둘러서 네 개, 밑에 네 개가 있어서 다 합하여 12개가 됨을 '그냥 보고'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고차원에서는 '그냥 보기'가 더 어려워져서 ⋯⋯ 중략 ⋯⋯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차원 정육면체가 대응하는 꼭지점을 변으로 이은 마주보는 두 정사각형으로 생각할 수 있듯이, 4차원 주사위를 대응하는 꼭지점을 변으로 이은 마주보는 두 3차원 정육면체로 생각할 수 있다. ⋯⋯ 중략 ⋯⋯ 만일 여러분이 '가시화' 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개념화' 와 같은 다른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p.106)
숨겨진 가정을 드러내는 좋은 방법은 다른 맥락에, 즉 평행 공준이 명확하게 참이 아닌 맥락에 같은 논법이 적용된 경우를 조사하는 것이다. 3
(p.110)
유클리드의 처음 네 공리는 무한하고, 평평하고, 2차원인 공간의 기하학을 기술하려고 고안되었지만, 평평함이 실제로 그 공리들에서 나오지 않는 한, 그 공리를 그러한 방식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는 없다. 구면 기하학으로 한 것처럼 '선분' 과 같은 말에 새로운 의미를 줌으로써 공리를 어떻게든 재해석하고,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처음 네 공리는 참이지만 평행 공준은 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평행 공준은 다른 공리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인게 된다.
(p.111)
왜 우리는 바로 구면 기하학을 우리의 재해석으로 삼지 않는걸까? 이유는 유감스럽게도 구면에서 처음 유클리드의 네 공리가 참이 아니기 때문이다. ⋯⋯ 중략 ⋯⋯ 그래서 비록 구면 기하학이 평행 공준의 어떤 증명 시도의 결함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어떤 다른 증명이 유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므로 쌍곡기하학이라 부르는 또 다른 해석에 주의를 돌려보자. 평행 공준은 다시 참이 아닐테지만 이번에는 나머지 공리가 참이 된다.
(p.115)
그러므로 메르카토르 투영과 마찬가지로 푸앵카레 원판 모델은 실제 쌍곡기하학의 왜곡된 '지도' 이다. 이 시점에서 실제 쌍곡기하학이 어떻게 생겼는지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즉 왜곡된 지도가 무엇의 지도인가? 구면에 대한 메르카토르 투영의 관계처럼 어떤 것이 원판 모델과 관련이 있을까? ⋯⋯ 중략 ⋯⋯ 유감스럽게도 이같은 것은 쌍곡기하학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이 때문에 쌍곡기하학이 구면기하학에 비해 덜 실제적이 되지는 않는다. ⋯⋯ 중략 ⋯⋯ 수학적 개념의 실체는 그것이 무엇이냐보다 그것이 무엇을 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