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1일에 작성한 텀블러 포스트이다.
- 원제: An Introduction to Mathematics
- 저자: Alfred North Whitehead(1861~1947)
- 역자: 오채환
- 출판: 궁리
초보의 어려움 (p.5)
수학이라는 학문을 초심자들이 공부할 때 겪는 어려움이란 대부분 기교 위주의 수많은 세부사항들(technical detail)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수학의 세분화 (p.6)
따라서 여기까지 마친 사람이라면 한층 더 심화된 과정에 착수할 준비가 된 셈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원하면 그 다음 과정에 들어선 사람이라도 수학에 통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갖지 말아야 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이미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 그 어떤 수학자라도 수학에 통달했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불필요한 사고를 줄이는 연산 (p.59)
거의 모든 책과 명사들의 연설을 보면, 우리가 행하고 있는 바를 스스로 곱씹어 생각하는 습관을 연마해야 한다고 늘 역설하는데, 실제 그러한 권면은 심각하게 그릇된, 일종의 틀에 박힌 말일 뿐이다. 정녕 권면의 내용은 정확하게 그 반대의 방향을 취해야 한다, 문명의 발전은 되새기며 생각하지 않고서도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연산규칙의 수가 증가함으로써 이룩된다. 연산규칙을 통한 계산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기병대의 활약과도 성격이 비슷하다. 수적으로 엄격하게 제약된 가운데서도 산뜻한 기동력이 요구되며 결정적 순간에 한해서만 가동되어야 한다는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1
수학과 건축양식의 근대적 변환: 유한에서 무한으로 (p.114~5)
하나의 선분 대신 양쪽으로 끝없이 뻗어가는 직선 전체를 생각하자. 이는 기하학적 탐구를 촉발시키는 일반적 개념이다. 지금은 기하학의 근본이 되는 이 개념을 그리스 사람들은 전혀 사용할 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유클리드는 직선을 항상 확정된 두 점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보았으며, 직선이 이런 선분이 가진 의미를 넘어설 때는 그 표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결코 직선을 전체로서 한꺼번에 제시되는 어떤 실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용의주도한 정의와 제약은, 감각이 닿을 수 없어 명백해 보이지 않는 무한 개념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그리스 시대에 수학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그리스 건축 양식과 고딕 건축 양식 간의 차이, 그리고 그리스 종교와 근대 이후 종교 간의 차이에서도 이런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즉 고딕 사원의 꼭대기에 설치된 첨탑과 근대기하학에서 차지하는 경계없는 직선의 중요성, 이 둘은 모두 근대로의 변환을 상징한다.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 (p.123)
여기에서 우리는 알렉산더가 메나이크모스(Menaechmus, 기원전 375~325)를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스스으로 여기지 않았나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알렉산더는 메나이크모스에게 그의 기하학증명을 보다 더 짧게 하도록 요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메나이크모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나라 안에는 공용도로도 있고 사설도로도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왕도(지름길)도 있습니다. 하오나 기하학에는 결국 오직 한 길이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대답은 알렉산더의 안이한 학습 태도를 지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이 답변이 그의 증명은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다는 의미였다면, 그는 심각한 오류를 범한 셈이다. ⋯⋯ 중략 ⋯⋯ 어떤 학문에 적절한 개념을 도입하면, 일단 명제의 증명에 필요한 과정도 줄어든다. 수학자들 중에는 개념의 정착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디게 이루어지면 한시도 참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수학자는 '중요한' 문제의 증명을 일거에 달성하고자 애쓴다. 학문의 역사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 이어져왔다. 학문에는 여러 개의 왕도(지름길)가 있다. 그러나 그 길을 처음 밟는 사람은 왕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천재이다. 2
연속에 대한 엄밀한 정의
(p.148)
그러므로 우리의 임무는 함수값의 '미세한' 또는 '점진적' 변화 따위를 전혀 도입하지 않고서 연속성을 정의하는 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몇 개의 개념에 명칭을 부과할 텐데, 이는 '극한'과 '미분'을 공부할 때에도 유익하다.
함수 f(x)의 변수 x가 갖는 값의 '구간'(interval) 은 어떤 두 변수값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값들을 의미한다. ⋯⋯ 중략 ⋯⋯ 한편 a가 어떤 구간의 원소라면 그 구간의 변수값은 a를 반드시 '품는다'(contain). ⋯⋯ 중략 ⋯⋯ 어떤수 a와 어떤 수집합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들 사이의 수치 차이가 k 보다 작을때 그 수집합은 기준치 k 안에서 수 a에 근사해 있다고 한다. 여기서 k는 말하자면 '근사의 기준치'(standard of approximation)이다.
(p.149)
이들 두개념, 즉 구간 개념과 기준치 안에서의 어떤 수에 대한 근사 개념은 전혀 복잡할 것이 없다. ⋯⋯ 중략 ⋯⋯ 그렇지만 이들은 다음 개념인 어떤 수의 '근방'(neighbourhood) 개념과 결합되면서 현대 수학이 제시하는 논거의 초석을 형성한다. 함수가 f(x)가 있을때, 변수 x의 값 a의 근방에서 그 어떠어떠한 사태가 참이라고 말히는 경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꼼꼼히 따져볼 목표가 바로 여기에 담긴 근본개념이다.
(ⅰ) a가 구간 내에 포함되되 구간의 끝점은 아니고 (ⅱ) a를 제외한 (구간 내의) 모든 변수에 대응하는 함수값이 어떤 특성(characteristic)을 갖는, 그런 어떤 구간이 발견된다면, 함수 f(x)의 값들은 'a의 근방'에서 그런 특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변수 a에 대응하는 함수값 f(a) 자체는 그런 특성을 가질 수도 있고 갖지 않을 수도 있다. a의 근방에 관한 진술이 정작 점 a 자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단언하지않는다.
(p.150)
이제는 지금까지 소개한 개념들을 결합시켜보자. “a의 근방에서 함수 f(x)는 기준치 k 이내에서 c에 근사해 있다.”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알게 된다. 그 의미인즉 (ⅰ) a를 포함하되 구간의 끝점은 아니고 (ⅱ) a를 제외한 구간 내의 모든 변수 x에 대응하는 f(x)의 모든 값들이 c와는 k 이내의 차이를 보이게 하는, 그런 어떤 구간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p.151)
아울러 우리는 이들 예를 통해서, 어떤 수 a 근방의 함수 f(x)에 관한 진술은 x=a일 때의 f(x)의 값, 즉 f(a)에 관한 진술과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 중략 ⋯⋯ 지금까지 소개한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현대수학의 토대를 이해하는 셈이다. ⋯⋯ 중략 ⋯⋯ 이제 우리는 '연속함수'를 엄밀하게 정의할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함수 f(x)의 변수값 a의 근방에서, 함수 f(x)의 값이 모든 기준치 이내에서 f(a)에 근사해 있을 때, 그 함수 f(x)는 x=a에서 연속이다.
(p.216~7)
지금까지 우리는 이 정의와 보조정의를 동원함으로써 선대의 수학자들을 몹시 괴롭혔던 '무한히 작은 수'에 대한 개념을 실제로 탈피해보았는데,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근원적 바탕은 무엇이었을까? 선대 수학자들로서는, 평균 증분이 산정되어야 할 구간인 x에서 x+h까지의 실구간을 필히 사용해야 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최종적으로 h=0으로 놓고 싶어했기 때문에 난점이 발생했다. 그 결과 그들은 '크기가 0인 실유 구간'(an exsitent interval of zero size)이라는 야릇하고 탈 많은 개념에 안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난점을 어떻게 회피했는가? 우리가 채택한 방법에서는 '임의의(any) 근사 기준에 대응하면서 조건을 충족하는 성질이 발견될 수 있는 어떤(some) 구간'이라는 개념이 사용되었다. 선대 수학자들이 사용했던 방법과 다른 것이라면, 우리는 '변수'(the variable) 개념의 중요성을 갈파한 반면에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학적 해석(즉 해석학)의 본원적 개념에 대한 설명을 마감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2장에서 우리의 물음이 출발한 개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수학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개념은 바로 '어떤 것'(some things)과 '임의의 것'(any thing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