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1일에 작성한 텀블러 포스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スプートニクの恋人, 1999) 中
"질문을 다시 한 번 반복해 봐."
그녀는 내 주문대로 질문을 되풀이 했다. "기호와 상징의 차이가 뭐야?"
나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수화기를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바꿔 잡았다.
"그러니까 기호와 상징의 차이에 대해 알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거야? 일요일 새벽, 날이 밝기도 전에? 흐음⋯⋯."
"4시 15분이야."
그녀가 말했다.
"신경이 쓰여서 못 견디겠어. 기호와 상징의 차이가 대체 무엇인지 말이야. 며칠 전에 어떤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줄곧 잊어버려고 있다가 어젯밤에 잠을 자려고 옷을 벗는 순간, 문득 생각났어. 그리고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야. 당신은 설명할 수 있어, 기호와 상징의 차이?"
"예를 들면⋯⋯."
나는 말을 꺼내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스미레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의식이 맑을 때에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천황은 일본의 상징이야. 그건 이해하겠지?"
"대강."
그녀가 말했다.
"대강이 아냐. 그건 헌법에 정해져 있어."
나는 일부러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논리나 의문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어."
"알았어. 받아들이면 되잖아."
"고마워.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데 천황은 일본의 상징이야. 하지만 그건 천황과 일본의 가치가 같다는 의미는 아냐. 이해하겠어?"
"모르겠어."
"그러니까⋯⋯ 화살표는 일방통행이야. 천황은 일본의 상징이지만 일본은 천황의 상징이 아니라는 뜻이야. 그건 이해하겠지?"
"이해할 것 같아."
"하지만 예를 들어 이것이 '천황은 일본의 기호다'라고 씌어있다면 그 두 가지의 가치는 동격이 되는 거야. 즉, 우리가 일본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천황을 의미하고 우리가 천황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일본을 의미하는 거야. 덧붙여 설명하면 둘은 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지. a = b는 b = a와 같다는 뜻. 간단히 말한다면 그게 기호의 의미야."
"그러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천황과 일본을 바꾸겠다는거야? 그게 가능해?"
"그런 게 아냐. 아니라구."
나는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지금 기호와 상징의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것 뿐이야. 천황과 일본을 정말로 바꿀 생각은 없어. 단순히 설명을 위한 수순일 뿐이라구."
"흐음."
스미레가 말했다.
"어쨋든 그것으로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어. 이미지로서. 요컨대 일방통행과 상호통행의 차이네."
"전문가는 좀더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알기 쉽게 정의를 내린다면 그런 의미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