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2일에 작성한 텀블러 포스트이다.
여러 대중 수학서적으로 잘 알려진 박부성님의 블로그 "Pomp On Math & Puzzle"에서 본 굉장히 인상적인 글이다.
2012년 8월 수학자 윌리엄 서스턴(William P. Thurston)이 사망하였다.
(중략) Thurston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던 무렵, 트위터에서 그가 썼던 글을 소개하는 트윗을 보았는데, 수학자들의 게시판인 'MathOverflow'에 'muad'라는 사용자가 올린 질문에 대해 서스턴이 쓴 답변이었다.
글의 제목은 What's a mathematician to do?
천재들의 능력에 기죽는, 나처럼 평범한 수학자에게 격려가 되는 글이어서 부족한 실력으로 번역해 보았다.
이 사이트에 적절한 질문이 아니라서 사과를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MO(MathOverflow)는 예전에 여러 번 큰 도움을 주었고 비슷한 질문을 하는 학부생들에게도 친절했고, 요즘 걱정이 점점 커져서 여기에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질문은 이겁니다. 나 같은 사람이 수학에 무슨 공헌을 할 수 있을까요?
수학은 가우스나 오일러 같은 사람들이 만들었죠. 그들의 성과를 배우고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는 걸로 새로운 게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책을 현대적인 용어와 기호로 다시 쓸 수도 있고 다른 사람도 그걸 배우도록 지도할 수 있지만, 저는 이게 수학의 의미있는 부분이라고는 결코 믿지 않습니다. 의미있는 일은 독창적인 수학을 창조하는 것이겠죠. 어마어마하게 똑똑한 사람들이 수학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니, 저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게 전적으로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건 제가 처음이겠죠. 아마도 제 가치는 총알받이 병사처럼 행동하는 것 아닐까요? 의지가 있는 충분한 수의 병사를 보내면 장애물 몇 개는 돌파할 수 있을 테니까요.
두서없이 늘어놓았습니다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말 찾고 싶습니다. 경험담이든 누군가의 전기이든 무엇으로부터든지요. 고맙습니다.
asked Oct 26 2010 at 16:53
muad
당신이 공헌해야 하는 것은 수학이 아닙니다. 그보다 심오한 것이죠. 바로 수학을 추구함으로서 인간성에, 그리고 더 심오하게는 세상의 복리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지입니다. 이러한 질문에 순수하게 지적인 면에서 답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이해력을 훨씬 넘어서니까요. 우리는 매우 사회적이고 매우 본능적인 동물이어서 우리의 복리는 우리가 한 수많은 일에 의존하지만 이 일들을 지적인 면에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당신이 당신의 마음과 열정을 따라 행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한 이성적인 판단만으로는 당신을 헤매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이것을 지적으로 완전히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은 없습니다.
수학의 산물은 명확성과 이해력입니다. 정리 그 자체가 아닙니다. 예컨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푸앵카레 추측처럼 유명한 결과들조차 진짜로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결과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진술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해력에 도전하는 역할에 있습니다. 우리의 이해력을 증가시켜 수학의 발전을 이끌게 되는 도전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세상은 명확성과 이해력이 과도하다고 해서 고통받지 않습니다. 특정한 수학이 어떻게 세상을 발전으로 이끌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가능한지를 알아내기는 대체로 불가능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수학은 극히 중요합니다.
저는 수학이 심리학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학이 인간의 마음에 강하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성이 제거된 수학은 컴퓨터 코드 같을 겁니다. 이건 전혀 다르죠. 아무리 단순한 수학적 아이디어라도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옮기는 일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수학에는 생각해내기는 어렵지만 알고나면 쉬운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수학적 이해력은 한 방향으로 단조롭게 확장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이해력은 퇴보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몇 가지 분명한 쇠퇴의 원리가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은퇴하거나 죽기도 하고, 단순히 다른 분야로 옮겨 가고 잊기도 합니다. 수학은 의사소통이 용이하도록 기호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설명되고 기록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 번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개념적 형태가 아니지요. 개념적인 것에서 구체적이고 기호적인 방향으로의 번역은 반대 방향에 비해 훨씬 쉽고, 기호적인 형식은 개념적 형식의 이해를 대체하곤 합니다. 그리고 수학적 규약과 당연하다고 생각한 지식은 변하기 때문에 오래된 문헌은 이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요컨대, 이해를 퍼뜨리고 옛 아이디어와 새 아이디어 모두에 숨결을 불어넣는 수학자들의 살아있는 사회에서만 수학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수학으로부터 얻는 진짜 만족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몇 가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은 것에 대해서는 모호한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가 고갈될 리는 없습니다. 몇 제곱미터의 땅에 첫 발을 디딘 것이 누구인지를 묻는 것은 정말로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혁명적인 변화는 중요하지만, 혁명은 드물고 스스로 유지되지도 않습니다. 혁명은 수학자 '사회'에 매우 많이 의존하니까요.
answered Oct 30 2010 at 2:55
Bill Thurston 1
- William의 애칭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