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3일에 작성한 텀블러 포스트이다.


  • 제목: 학문의 즐거움
  • 원제: 学問の発見
  • 저자: 広中平祐 (ひろなか へいすけ)
  • 역자: 방승양
  • 출판: 김영사

숙부와의 산책 (p.61~2)

음악가가 되려는 희망을 버렸을 때 음악대신 열중한 것이 수학이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한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은 나의 숙부가 되는 미나미모토 이와오(南本嚴)씨였다. 숙부는 국민학교밖에 안 나온 사람이 대부분이던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교에 진학한 분이었다. 숙부가 들어간곳은 현재 도쿄 공업대학교이다. 그는 이과 계통의 공부를 잘했고 물리나 수학을 좋아했다.

나는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학생이던 숙부를 따라서 자주 산책을 했다. 어머니의 친정은 유우카와(曲字川)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아라케(有家)는 곳에 있었고 근처에 소나무밭이 있었다. 숙부는 방학 때에 고향에 내려오면 나를 데리고 그 소나무밭까지 가서 햇빛에 반짝이는 세토(瀨戶)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숙부의 이야기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나 수학자에 얽힌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숙부는 물리나 수학, 그 중에서도 특히 수학이라는 학문의 멋있음과 아름다움을 열띤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어린 나는 숙부의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들으면 어쩐지 알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간을 이렇게 열중시킬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었다.

특별한 수학 선생님 (p.63~5)

어떤 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수학 역시 어떤 선생님에게 배우느냐 에 따라 배우는 사람의 자세가 달라진다. 이 시기에 다니카와 미사오(谷川操) 선생님에게 수학을 배운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탄젠트'라는 별명이 붙은 다니가와 선생님의 수학 수업은 정말로 색다른 면이 있었다. 한마디로 심술궂다고나 할까?

선생님은 독학으로 중학교 교사 자격을 받은 사람으로 수학 교육에 대해 독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문제를 푸는 과정의 발상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친절히 가르치는 것도 아니었다. 중간까지 설명하고는 "이것이 아이디어다. 나머지는 각자 생각하라."하시며 분필을 놓곤 하셨다.

시험도 대부분은 0점, 평균 점수는 30점 정도가 보통이었다. 문제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문제를 푸는 발상을 중시하는 채점 방식이었으므로 그런 결과가 나을 수밖에 없었다.

⋯⋯ 중략 ⋯⋯

나는 한때 그러한 선생님에게서 만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비록 답은 틀렸지만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관건이 되는 발상을 확실히 짚고 있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백점을 준 것이었다. 또 선생님이 낸 해답이 틀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예를 들면 물체의 부피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그럴 때도 선생님은 "본 줄거리는 맞으니까 괜찮다."라며 태연하셨다. 나의 답도 틀렸지만 선생님의 말대로 본 줄거리가 맞았기 때문에 만점을 받은 것이다.

만점을 받고 나서 나는 갑자기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수학에 열중하게 되었다. 앞에 쓴 문제[각주:1]를 2주일이나 걸려서 풀 정도의 의욕을 갖게 된 것도 선생님의 그런 가르침에 진심으로 끌렸기 때문이었다.

다니가와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대부분의 학생에게 별 호감을 주지 못했지만, 선생님에게서 받은 발상의 중요성은 나에게 큰 보탬이 되었다.

아이디어! 발상이야말로 수학자가 제일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수학에서 발상만 확실하면 나머지는 시간과 노력의 문제다. 나는 그 발상의 중요성을 '탄젠트' 선생님에게서 철저히 배운 것이다.